"정답! 창빈이 형. 뽀뽀를 해줘서." 냅다 외쳤다.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솔직히 말하면서도 웃기는 답이라고 생각했다. 이용복이 사귀고 싶은 멤버라면 당연히 창빈이 형이겠지만, 이유야 알 게 뭐야. 그냥 번뜩 생각나서 웃으라고 던진 답이었다. 그런데 그게 "정답!" 정답이래. 졸지에 어려운 문제를 힌트 하나 없이 맞췄다.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1. 황현진과 양정인 연애의 역사를 읊자면 그것은 3년 전의 어느 날에 시작되었다. 당시의 황현진은 공부에 여념 없어야 할 열아홉이었고, 양정인은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열여덟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꼭 서로의 상황이 바뀐 것처럼 행동했다. 황현진은 열여덟도 모자라 열일곱처럼 여기저기 쏘다니며 신나게 인생을 즐겼고, 양정인은 당장 수능을 100일 앞둔 열아...
-귀여워. 오늘도 황현진의 주둥이에선 어김없이 귀엽단 말이 터져 나왔다. 정인은 픽 콧방귀를 불었다. 아아, 네- 어련하시겠어요. 지나가는 도토리도 귀여우실 황현진께서. "정인, 안녕." 그래. 이 도토리는 좀 귀엽긴 하다. 인정. 아니, 이게 아닌데. 정인은 저도 몰래 손을 뻗어 도토리의 제멋대로 잘린 앞머리칼을 쓰다듬다 흠칫 놀랐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
1. 사귀었다.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어쩌다 보니 알게 되었고, 어쩌다 보니 친해졌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어있었다. 친구라는 베이스를 깔아두고 보통 친구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일들을 종종 하곤 했다. 한마디 말도 없이 시작된 관계였지만, 그렇게 정의할 수 있는 관계가 되어있었다. 헤어졌다. 어떻게 끝났는지도 잘 모른다. 그저 어쩌다 ...
이민호는 그랬다. 언제나 세상 재미없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술자리가 시작된 지 삼십 분쯤 지나 등장한 이민호는 깡소주를 원샷하라는 외침에 모처럼 쩔쩔매는 중이었다. 좀 봐달라며 죽 늘어나는 말꼬리, 아래로 휘는 눈꼬리, 위로 올라간 입꼬리. 그 표정이 어떻느냐면, 참 더럽게 재미없어 뵌다. 적어도 김승민 보기엔 그랬다. 이민호는 의외로 술을 못했다. 궤...
한지성은 섭섭하게 꼭 저한테만 그랬다. 남들한테는 예쁘니 귀엽니 입안의 혀 같은 말들을 잘만 뽑아내면서 묘하게 저한테는 틱틱대고 타박하고. 너의 모든 날이 귀엽고 어쩌구 했던 건 방송용이었으니 진심으로 그런 말을 들은 적은 없는 셈이다. 생각해보니 서럽다. 제가 귀엽니 어쩌니 하는 말에 집착하는 건 아니고(사실 좀 집착일지도 몰라. 정인이가 그렇게 부럽더라...
첫감정은 분명히 질투였다. -안녕하세요. Felix입니다. 잔뜩 어눌한 발음으로 그 짧은 두 마디 겨우 뱉어내는 목소리가, 질투가 났다. 그래서 대꾸하지 못했다. 안 했다. 마침 목이 상한 상태였다. 이러다간 쇼케이스도 못 서지 싶어 되도록 입을 다물고 있던 때. -잘 부탁합니다. 인사말 대신 건넨 손에 잡힌 것은 금반지를 네 개나 낀 작은 손이었다. 뭔가...
-걔는 좀, 이상해. 문득 떠오른 말이다. 그 언젠가, 오며 가다가 문득 꺼낸 주제가 이용복이었을 때. 우리 새 매니저로 이용복이란 애가 왔어. 그런 말을 했었던 것 같은데. 그때 황현진이 대뜸 꺼낸 그 말이 지금에 와서야 문득 떠올랐다. "괜찮아?" 걱정스러운 얼굴로 꺼낸 첫마디가 귀를 파고들었다. 그래. 놀랍지만 서로 안면 튼 지 한 달 만에 맨투맨으로...
“아-.” 급작스런 통증에 잠에서 깼다. 안쪽 잇몸이 지독하게도 아팠다. 볼을 잡고 한참을 끙끙거린 후에야 불을 켜고 거울 앞에 설 수 있었다. 아, 입을 벌려 속을 들여다봤다. "……." 잇몸이 눈에 띄게 부어있었다. 언젠가 들었던 사랑니가 나는 것이 분명했다. “뭐야, 사랑니? 그게 지금 나?” “몰라. 아프니까 말 시키지 마.” 사랑니가 나는 것 같아...
1. 이필릭스는 오늘도 어김없이 서창빈의 껌딱지를 자처한다. 사람 손 타는 거 좋아하는 주제에 묘하게 벽을 쳐대는 이필릭스는 서창빈이 그렇게나 좋은 모양이었다. 저거저거, 얼굴이 잔뜩 풀어진 게 어디 짝사랑하는 선배 바라보는 여고생도 아니고 칠레팔레 해서는. 그 꼴을 보자니 그렇게 배알 꼴릴 수가 없다. 저한텐 곧 죽어도 뚱한 얼굴만 하더니. 저렇게 웃을 ...
이제 막 침대에 누우려는데 민호의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렸다. 민호는 제게 엉겨 붙는 현진을 밀어내고 핸드폰 액정을 확인했다. 아, 씨. 그냥 꺼. 어떤 새끼야? 현진이 짜증을 버럭 냈지만 민호는 기어이 전화를 집어 들었다. 심지어는 액정에 뜬 이름을 확인하더니 침대를 벗어나기까지 한다. 뭐 얼마나 대단한 전화기에 자리까지 피해서 받아?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이필릭스에게 고백을 한 것은 1년 전의 일이었다. 그건 반쯤은 계획이었고 반쯤은 충동이었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고백해야지. 이 십 대의 마지막 가을이 끝나기 전에. 그런 다짐을 하고선 단풍나무 밑에서 책을 읽던 걔한테 무작정 고백했었다. -나 너 좋아해. 네가 괜찮다면 나랑 사귀지 않을래? 살면서 했던 고백 중에 제일 멋대가리 없는 고백이었다. 국어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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